김 상조 공 미영의 스페인여행 알함브라 궁전 (인물편) 붉은 석양이 유난히 낮게 깔린 어느 날, 그라나다의 어느 무명 시인은 보압딜의 항복을 두고 목 놓아 울었다. 불운한 왕이여! 죽을 용기가 없어 그라나다를 떠나는 못난 왕이여! 남아 있는 인생이 무어 그리 대단할진대 그까짓 왕관 하나 벗어던지지 못하고 그라나다를 떠나 가느뇨. 가톨릭교가 이 땅을 휩쓴 지 이미 오래지만 알함브라 궁전은 여느 아랍 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. 아랍어로 ‘붉은빛’이라는 뜻의 알함브라는, 겉으로 보면 붉은빛이 도는 견고한 돌 조각을 쌓아 만든 밋밋하고 조악한 궁전에 지나지 않는다. 특별히 눈에 띄는 건축 양식이나 화려한 장식도 없으며, 큰 기대를 하고 온 관광객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. 그러나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실망은..